영독사 후기, 좋은 선택이었습니다!

이명화1809A 0 1,580 2018.11.05 00:08

 



우연히 만난 초등 4학년의 어린 학생이 나의 고민의 시작이었다.
이 어린 학생은 원어민과 몇 년간 친구들과 그룹으로 수업해 왔다고 했다.
어떤 커리큘럼도 갖고 있지 못한 채 서점에서 이 책, 저 책을 뒤적거려보고 
중학교 과정의 Junior Reading Tutor 읽히고 듣게 했다.
수업은 문법 중심이 되었다. 아무튼 학생은 성실하게 잘 따라왔다.

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제시한 책이 학생의 인지력과 어휘력에 맞는 것인지,
나의 수업이 이즈음의 학생에게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.
​초등학생과 중등 1.2학년에게 더 좋은 수업방식이 있을 것 같았다.
`재밌는 책을 같이 읽고 그 책의 내용으로 수업한다면 어떨까?`, 라는 생각이 들었고
몇몇 지인들에게 책을 추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 했다. 
아뿔싸! 그래서 그 학생과 내가 처음 접한 원서가 HOLES였다니!

어려웠다. 뭔가 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. 
인터넷을 뒤적여 몇 군데 전화상담을 했고, 
ERC를 선택한 것은 지금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지만,
​어떤 사전 정보도 없던 당시 나의 선택의 이유란 것은 
단지 짧은 전화 통화로 ‘친절하고 정확하고 목소리가 좋아서,’라는 게 전부였다.
​방문의 처음은 주말이라 직원들이 없었던 사무실 분위기는 낯설고 서먹했다.
그러나 이후, 선생님의 조심스럽고 열띤 강의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.

강의는 시작부터 나의 무지함을 일깨우는 것이었다.
​소홀히 여겼던 책의 표지에서 학생으로부터 
충분한 호기심을 유도해 낼 수 있다는, 지금은 이처럼
당연한 것이 당시엔 뭉클하게 와 닿았다. 
음소. 음절 수업은 이 짧은 시간에 ‘대체 왜 이것까지?’라는 생각이었다.
​그러나, 강의가 횟수를 더해감에 따라 
스스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.
그런데도, Phonics, Fluency의 수업까지도 
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수업이라 생각하며 참석했었다.
​그저 독서지도가 궁금했고 철자를 가르쳐야 하는 정도의 어린 학생은
 내가 만날 수 있는 학생이 아니리라 여겼던 까닭이다.
​그런 생각의 기저에는 아마도 그들에 대한 커리큘럼을 생각하기는커녕
 그들에 대한 얕은 지식조차 없어서였을 거라는 뒤늦은 깨달음도 있다. ​

​수업을 들으면서, 이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적용한다면 영어를 처음 접하는
6, 7세의 어린 학생들에게도 교수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제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.
그것을 뒷받침할 만큼의 충분한 교재와 보충 자료들도 이곳에 잘 갖춰져 있는 듯 보였다.
다만, 아직도 나로서는 그 어린 학생들과 rapport를 형성할 수 있을지는 미지수다.

짧은 시간이었지만 놀랍게도 나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있다.
열정적인 선생님과 열정적으로 함께한 학생들 모두에게 감탄하는 동안, 
조금쯤 그들을 닮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.
​모두가 나를 채근하는 무언의 힘이었다. 
물론, 열심히 도움이 되고자 하시던 직원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.
감사한 시간이었고 우연이라 해도 이 교육을 선택한 자신을 스스로 기특해하고 있다. 
얼마 전 우연히 TV에서 들었던 어느 패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.
“팔면 팔수록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?” 
이곳에 적합한 생각이 아닐까?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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